[KDI보고서]신흥국 성장이 유죄? (원자재가격급등에 대한 대안)

2008. 5. 14. 10:29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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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KDI]
저자명 : 임경묵
발행일 : 2008-05-08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이후부터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이 2005~06년까지는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중국 등 신흥국가들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나타난 세계경제의 생산성 향상과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효율성 개선 등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적절히 통제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지속됨에 따라 최근 들어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세계적인 인플레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의 중기물가목표(3±0.5%)를 웃도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과 유로 지역에서도 물가 목표치를 상회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일반적으로 1970년대의 석유파동 시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원자재 가격 상승은 OPEC 등 석유 수출국이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발생했던 유가 급등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크게 두가지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 국가들이 시장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됨에 따라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IMF의 분석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신흥국가들의 기여도가 약 2/3에 달한다. 이러한 성장세로 인해 전세계 원유 및 광물 소비 증가의 90% 이상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원유와 광물 이외에 곡물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신흥국가들의 소득 증가에 따른 육류소비 증가로 가축 사료에 대한 곡물 수요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체 에너지로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연료(Biofuel)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데 따른 현상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중국 및 신흥국가들의 부상수요 주도의 인플레이션 발생 원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더불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자재의 달러 표시 가격이 상승하는 ‘달러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물가상승세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세계 주요 통화당국이 긴축기조를 취하지 못하면서 상품시장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부추키는 원인이다.

단기적으로 투자자금의 집중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어떤 패턴을 보일지가 향후 세계 물가 및 성장을 전망하는데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에 따라 1인당 광물 수요도 증가하게 되는데, 과거 주요 국가의 광물 수요변화 패턴을 보여주는 아래 그림은 향후에도 중국의 광물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 압력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원자재가 재생 불가능한 한정된 자연자원이므로 원자재의 공급한계가 세계경제 성장 및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1970년대에 제기된 바 있다. 로마클럽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 to Growth)’ 보고서는 자연자원의 고갈로 2000년이 되면 세계의 소득 증가세가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세계경제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잘못된 예측이라는 점이 이미 밝혀졌다. 세계경제 성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대체 재화 개발에 따라 실질가격으로 환산된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낸 바 있다. 즉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나 대체 기술(예, 풍력·태양광발전)에 대한 개발 유인도 증가하며 과거에는 채산성이 맞지 않던 잠재 자원에 대한 개발(예, 오일샌드)도 증가한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상승과 가격상승에 대응한 효율화 및 대체 재화 개발간의 레이싱이 세계경제의 물가상승 및 경제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의 둔화에 따라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성장에 따른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므로 원자재 가격도 중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세율 조정과 같은 대증적 요법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대체에너지의 개발, 에너지 효율의 개선, 원자재 개발에 대한 직접투자 확대근본적인 대응집중할 필요가 있다.

*출처 : 한국개발연구원 월간「나라경제」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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