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학파 vs 시카고학파

2009. 10. 20. 22:47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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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학파 vs 시카고학파

- 신자유주의를 태동시킨 이론적 대립

  

신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는 아담스미스 등이 주창한 고전학파 경제학 이론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1970년대에 이후 미국 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시카고학파의 이론들에 근거한 경제적 입장이다. 이러한 고전학파와 시카고학파에 대립하는 지점에 케인즈학파가 있다. 이 양대 경제학파는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아주 상이한 설명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수 십 년에 걸쳐 동일한 미국의 경제현상에 대해 매우 상반되는 분석과 정책처방을 제시해 오고 있다. 정부의 경기조절정책과 관련하여 케인즈학파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장하는 반면, 시카고학파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책처방에 대한 두 학파간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는 시장의 가격이 가지는 기능에 대한 신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고전학파를 비판한 케인즈학파  근대경제학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아담스미스는 시장에서 가격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바람직한 결과는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이 없는 완전고용의 상태를 말한다.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잘 작동된다면 실업이 생길 경우 노동의 가격에 해당하는 임금이 내려가게 되고 이렇게 되면 노동비용이 줄어들어 기업의 비용부담이 줄고 그 결과 이윤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이윤이 늘어나면 새로운 기업이 추가로 생기거나 기존기업이 생산을 늘이게 되고 그 결과 고용이 늘어나 실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시카고학파에 해당하는 학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케인즈학파 사람들은 실제경제에서는 이러한 임금이나 가격의 신축적인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러한 상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929년 10월 이후 세계경제 전체에 불어 닥친 대공황이 있기 이전까지는 아담스미스의 주장에 근거를 둔 고전학파의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정도가 실업에 빠지는 심각한 불황이 몇 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임금과 가격의 신축적인 조정을 통해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인즈는 1936년에 출판된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함과 동시에 고전파와 다른 해결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장하였다.


 

케인즈와 그의 이론을 신뢰하는 케인즈학파는 만성적인 불황속에서 경기가 스스로 회복될 것을 믿고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며, 정부지출이나 화폐공급을 늘려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정부는 뉴딜정책이라는 대규모 재정투자정책을 실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경제는 회복되었다.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는 이러한 케인즈의 정책처방의 성공을 기초로 해서 케인즈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케인즈 이론과 기존의 고전파의 이론을 동시에 설명하는 이론체계가 사무엘슨의 유명한 교과서, 『경제원론Foundation of Economic Analysis』를 통해 소개되는데, 이 이론체계를 ‘신고전파 종합neoclassical synthesis’이라고 한다. 이때 만들어진 이론체계가 바로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거시경제학의 주요한 내용이다. 신고전파 종합 또는 신고전파 이론체계에서 케인즈 이론은 주로 단기적인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보고 있으며, 고전파 이론은 주로 장기적인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보아 두 이론을 접목시키고 있다.

 


케인즈 학파를 비판한 시카고 학파 


하지만 케인즈의 전성시대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경제에 불어 닥친 석유파동을 맞이하면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 이 당시 케인즈학파 정책처방의 핵심은 정부가 경기조절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조절하면서 물가상승인플레이션를 희생하면 얼마든지 경기적 실업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또는 실업을 희생하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의 기울기가 안정적으로 음의우하양하는 모양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1960년대 말까지의 미국 경제는 케인즈학파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에 석유파동에 의해 생산비용이 올라가 생산이 줄고 실업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도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케이즈학파가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던 필립스곡선의 음의우하양하는 기울기 모양이 깨지게 된다. 즉, 인플레이션과 실업사이의 음의 관계가 사라지고 물가상승과 동시에 실업이 증가함으로써 필립스곡선 자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케인즈학파의 위기상황에서 프리드만M. Friedman을 중심으로 한 ‘통화론자’들의 이론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때 주목을 받은 프리드만을 중심으로 한 통화론자와 곧 이어 주목받게 된 루카스R. Lucas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기대론자’가 대부분 시카고 대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이들 모두는 ‘시카고학파’라 불리게 된다. 결국 시카고 학파는 프리드만과 루카스를 거치면서 케인즈학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이론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되었다.


 

시카고 학파의 거장인 프리드만은 정부의 팽창정책통화량을 늘이거나 정부지출을 늘이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그 결과를 미리 알지 못하므로 경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고 그 결과 실업을 다소 줄이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정부의 팽창정책은 장기적으로는 민간 경제주체들의 기대물가상승률을 올려 임금인상률을 올리고 그 결과 비용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게 됨으로써 다시 실업률이 늘어나 원래의 자연실업률 상태로 돌아간다는 ‘자연실업률 가설natural rate of hypothesis’을 주장하게 된다. 이 이론은 실제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1970년대의 미국의 경제상황을 잘 설명하였다.

 


시카고 학파는 ‘원조’ 신자유주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카고학파에서 새롭게 제시된 합리적 기대이론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에서는 통화론자가 그나마 단기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케인즈학파의 경제정책효과 조차 부인하게 된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단기적인 정책효과는 민간 경제주체가 정부정책에 대한 정보를 물가상승의 기대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가정적응적 기대를 하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데, 만약 민간 경제주체가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까지도 고려해 미래의 물가상승 등을 예측하한다면합리적 기대를 한다면, 단기적인 상황에서도 정부의 팽창정책은 물가상승률만 높이고 실업은 전혀 줄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정책무력성’ 명제라고 한다. 미국의 현실경제에서 합리적 기대이론은 1980년대 초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10%에 육박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현실 설명력을 갖게 된다. 즉,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팽창정책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긴축정책에도 그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의 중앙은행에서 단행한 인플레 억제정책 과정에서 실업의 증가는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프리드만을 중심으로 한 시카고학파는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정부기능의 확대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정부의 각종 복지정책은 근로의욕을 상실케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민간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 소위 복지병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시장의 자유경쟁 하에서 실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규제완화나 민영화를 통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제무역에서는 자유무역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들은 바로 신자유주의가 주창하는 핵심내용들이다.

 


신케인즈학파의 등장 


한편 통화론자와 합리적 기대론자의 반격으로 한동안 위축된 케인즈학파는 합리적 기대이론에 맞서 전통적인 케인즈학파의 이론을 재무장하는 등 세밀한 이론체계를 새롭게 형성한다. 이들은 민간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임금과 물가가 신축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경기조절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 이유로 제시하는 이들의 대표적 이론으로는 크게 ‘비신축적 임금이론’과 ‘비신축적 가격이론’, 그리고 ‘불완전 경쟁이론’ 등이 있다. 먼저 비신축적 임금이론은 노동계약의 제도적 특성으로 인해 실제 노동자들이 물가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하더라도 임금을 수시로 바꿀 수 없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또한 비신축적인 가격이론에서는 가격을 바꾸는 데는 메뉴비용과 같은 부가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경제 전반적인 물가수준에 따라 수시로 물가를 변동시킬 수 없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불완전 경쟁이론에서는 현실의 시장에서는 많은 제품들이 과점상태에서 판매되는데, 이 경우 전반적인 물가가 올라도 경쟁기업들의 행위를 고려해 물가를 올리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이유들을 통해 비록 민간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한하고 하더라도 가격과 임금의 신축적인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인 정책효과는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교한 미시적인 분석틀을 기반으로 하여 케인즈학파의 기본 논리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신케인즈학파new Keynesian라고 불리어진다.

 


케인즈학파와 시카고학파의 논쟁은 현실 적합성 논쟁  역사적인 관점에서 두 학파의 논의를 살펴보면 두 학파간에 진행된 논쟁은 단순한 이론논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학파의 이론 전개는 모두 어떻게 하면 그들이 속한 미국경제를 보다 바람직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이론 수입국에서는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외국의 이론을 이론으로만 수입해서 공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우리 경제현실과 관련하여 얼마나 정확한 설명을 해 내고, 올바른 처방을 해 내는 것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현실 설명력이 부족하거나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는 이론은 여지없이 무대에서 사라지고 주목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케인즈학파와 시카고학파의 논쟁에서 엿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철학의 바탕에서 생각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이론논쟁의 바람직한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외국의 이론에 근거한 세력싸움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현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진단과 그 처방에 대해서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논쟁이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양극화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먼저 양극화가 무엇인지와 그 정도가 어떠한지에 대한 정확한 계량적인 분석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양극화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처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 대한 이론논쟁은 이처럼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행될 때만이 그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양극화, 고실업과 저성장, 부동산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등 현재 우리사회가 가진 많은 사회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합리적 이론경쟁이 케인즈학파와 시카고학파 사이의 논쟁처럼 풍부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출처 : http://cafe.daum.net/saejagdl21/5JOF/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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