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기후변화 대응: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2008. 7. 1. 09:54세계경제

반응형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국가는 2012년 이후의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합의를 2009년 말까지 도출해야 한다.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논의의 핵심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감축 의무 부담국의 확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국가로서 지금보다는 강제성이 강화된 형태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도 매우 높다. 이명박 정부도 기후변화를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하여 국제 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위기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내외 상황변화는 국내의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정부와 민간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자세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는 2005년을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와 산업공정 부문에서 95%가량 배출된다. 이 가운데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배출량을 경제부문별로 살펴보면 대략 산업부문이 33%, 수송부문이 20%, 가정·상업·공공부문이 12%, 그리고 발전부문이 35%를 차지한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대부분 산업·가정부문 등 타 경제부문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고루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감축도 산업, 수송, 가정, 그리고 상업·공공부문 모두 참여하여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단기적으로 생산비용을 상승시키거나 에너지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국가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전략은 이러한 생산비용 상승 또는 불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전략 수립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 현재 배출하는 양보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직접적 비용과 경제적 파급효과,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기술의 개발과 적용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부문별 감축의 우선순위, 그리고 감축 시기 등을 결정하여야 한다.

외국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정부문의 고효율 전기기기 이용, 저에너지 소비형 건축기준 적용, 그리고 고연비 자동차와 대중교통 이용의 활성화 등은 에너지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득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부문에 대한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이득을 줄 수 있는 고효율 기자재 등의 보급과 관련된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산업부문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설비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부문에 대한 접근이 결코 산업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의 우선순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 다소비 산업 이외의 기업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그 결과 비용절감을 위한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에너지 비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산업부문에서의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제고되어야 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제 원유가격은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의 상승을 의미하므로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단기적 대안뿐만 아니라 중장기 비용 감축을 위한 투자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투자 의사결정과정에서 고유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설비투자의 경우 설비의 내구연수가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이므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하지 않는 경우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문에서는 최근의 기후변화 관련 국내외 상황변화를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투자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는 경우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배출권거래제도 등이 국내에 도입되고 국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이를 판매하여 투자비의 일부를 회수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관련된 사업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제품, 서비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국토건설, 보험, 그리고 신기술에 대한 추가적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창출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신규산업 진출 대안으로 이들 분야에 대한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제3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와 일정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기업은 물론 일반인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해야 하는 주체임을 자각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유승직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jyoo@keei.re.kr)

반응형